습식 NOx 저감 기술: 원리, 종류 및 발전소 적용 분석
열병합 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가스터빈 및 배열회수 보일러(HRSG)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은 주요 대기오염물질로, 이를 제어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중 습식 NOx 저감 기술은 물이나 특정 화학물질 용액을 사용하여 배기가스 중의 NOx를 제거하는 방법을 총칭합니다. 본 보고서는 습식 NOx 저감 기술의 원리와 종류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열병합 발전소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건식 기술(SCR)과의 비교를 통해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고찰합니다.
- 습식 NOx 저감 기술의 분류
‘습식(Wet)’이라는 용어는 크게 두 가지 다른 원리의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명확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연소 후처리 기술 (Post-Combustion Treatment): 습식 스크러버 (Wet Scrubber) 배기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전에 세정탑(Scrubber)을 통과시켜 NOx를 물리적, 화학적으로 흡수하여 제거하는 기술입니다. 연소 제어 기술 (Combustion Control): 물 또는 증기 주입 (Water or Steam Injection) 가스터빈 연소기 내에 직접 물이나 증기를 분사하여 연소 온도를 낮춤으로써 NOx 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기술입니다. 두 기술은 ‘물’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NOx 제거 메커니즘과 적용 위치가 완전히 다르므로 별도로 이해해야 합니다.
- 연소 후처리 기술: 습식 스크러버 (Wet Scrubber)
습식 스크러버는 배기가스를 액체 흡수제와 접촉시켜 NOx를 제거하는 장치입니다. 열병합 발전소에서는 주로 황산화물(SOx) 제거에 사용되지만, 특정 설계를 통해 NOx 제거도 가능합니다.
핵심 원리: 산화 및 흡수 (Oxidation & Absorption)
습식 스크러버의 가장 큰 기술적 과제는 NOx의 대부분(약 90-95%)을 차지하는 일산화질소(NO)의 낮은 수용해도입니다. 물에 거의 녹지 않는 NO를 제거하기 위해, 2단계 공정이 필수적입니다. 1단계: 산화 (Oxidation) 물에 잘 녹는 형태인 이산화질소(NO_2), 삼산화이질소(N_2O_3) 등으로 강제 산화시킵니다. 이 과정에는 강력한 산화제가 필요합니다. 주요 산화제 및 반응: 오존 (O_3): NO + O₃ → NO₂ + O₂ 과산화수소 (H_2O_2): 2NO + 3H₂O₂ → 2HNO₃ + 2H₂O 아염소산나트륨 (NaClO_2): 4NO + 3NaClO₂ + 2H₂O → 4HNO₃ + 3NaCl 2단계: 흡수 (Absorption) 산화된 NOx를 포함한 배기가스를 알칼리성 용액(예: 수산화나트륨, NaOH)과 접촉시켜 중화 반응을 통해 질산염 등 안정적인 염(Salt)의 형태로 제거합니다. 주요 흡수 반응 (NaOH 사용 시): 2NO₂ + 2NaOH → NaNO₃ + NaNO₂ + H₂O N₂O₃ + 2NaOH → 2NaNO₂ + H₂O
장단점
장점: SOx, 분진 등 다른 오염물질과 동시 제거가 가능하다. 배기가스 내 분진 농도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 단점: 높은 비용: 산화제 주입 및 폐수 처리로 인해 운전 비용이 높다. 폐수 처리: 질산염, 아질산염 등을 포함한 폐수가 발생하여 별도의 처리 설비가 필수적이다. 배기가스 온도 저하: 배기가스가 냉각되어 백연(White Plume)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굴뚝 부식 및 대기 확산에 불리하다. 설치 공간 및 압력 손실: 대형 세정탑과 폐수 처리 시설 등 넓은 설치 공간이 필요하며, 시스템의 압력 손실이 커 발전 효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 연소 제어 기술: 물 또는 증기 주입 (Water/Steam Injection)
이 기술은 가스터빈 연소기 내의 NOx 생성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소 개선 기술입니다.
핵심 원리: 화염 온도 저감
NOx의 대부분은 고온에서 공기 중의 질소(N_2)와 산소(O_2)가 반응하여 생성되는 Thermal NOx입니다. 가스터빈 연소기에 물이나 증기를 분사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로 화염 온도를 낮춰 Thermal NOx 생성을 억제합니다. 증발 잠열 흡수: 분사된 물이 증발하면서 연소열을 대량으로 흡수합니다. 비열 증가: 연소 가스 중 수증기(H_2O) 농도가 높아져 전체 가스의 비열(Specific Heat)이 커지고, 동일한 열량에 대한 온도 상승 폭이 감소합니다.
장단점
장점: 상대적으로 낮은 설치 비용으로 NOx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증기 주입 시 가스터빈의 출력 증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점: 발전 효율 저하: 연료의 연소 에너지가 물을 증발시키는 데 사용되므로 열효율이 감소한다. CO 배출 증가: 화염 온도가 과도하게 낮아지면 불완전 연소로 인해 일산화탄소(CO) 배출이 증가하는 상충 관계가 존재한다. 고순도 수 필요: 터빈 블레이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불순물이 제거된 고순도의 탈염수(Demineralized Water) 공급이 필수적이다. 저감 효율의 한계: NOx 저감 효율이 약 60~70% 수준으로, 강화된 배출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 기술 비교: 습식 기술 vs. 건식 SCR (열병합 발전소 관점)
현재 대부분의 가스터빈-HRSG 복합화력발전소에서는 NOx 저감을 위해 선택적 촉매 환원법(SCR,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라는 건식 기술을 주로 사용합니다. 다음은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각 기술을 비교한 것입니다.
결론 및 제언
습식 NOx 저감 기술은 특정 조건에서는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물/증기 주입은 구형 가스터빈의 NOx를 중간 수준으로 저감하거나 첨두부하 운전 시 출력을 증강하는 목적으로 여전히 사용됩니다. 습식 스크러버는 SOx와 NOx를 동시에 규제하는 소각로나 특정 산업 공정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열병합 발전소의 가스터빈 및 HRSG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볼 때, 습식 기술은 건식 SCR 기술 대비 명확한 한계를 가집니다. 효율성 측면: SCR은 90% 이상의 안정적이고 높은 NOx 제거 효율을 제공하여 엄격한 환경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경제성 및 운전 편의성: 습식 스크러버는 지속적인 화학약품 비용과 복잡한 폐수 처리 공정으로 인해 장기적인 운영 비용과 부담이 큽니다. 발전소 통합성: HRSG의 배기가스 온도는 SCR 촉매 반응에 최적화된 300~400℃ 구간을 자연스럽게 통과하므로, 시스템 통합이 용이합니다. 반면, 습식 스크러버를 위해 배기가스를 50℃ 수준까지 냉각시키는 것은 막대한 열 손실을 의미하며, 이는 복합화력발전소의 핵심 경쟁력인 높은 열효율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기술 수준에서 열병합 발전소의 주력 NOx 저감 설비로는 SCR이 가장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선택입니다. 습식 기술은 그 원리와 특성을 이해하되, 실제 적용 시에는 발전소 전체의 효율, 경제성, 환경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