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카테고리 Tech / 토픽

AI가 신약 개발 속도 높인다: MIT, 분자 용해도 예측 모델 개발

작성자 mummer · 2025-09-01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화학공학 연구팀이 특정 분자가 다양한 용매에 어떻게 용해되는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반 계산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신약 개발 과정을 가속화하고, 화학 물질 및 플라스틱 제조 공정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의 ‘시행착오’를 넘어선 AI의 예측 능력

신약 제조를 포함한 많은 화학 공정에서 특정 분자를 용매에 녹이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약물 결정화 공정에서는 목표 약물 분자를 용매에 녹인 후 천천히 증발시켜 순수한 결정을 얻는다. 이때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용매를 선택하느냐가 공정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화학자들은 수천 가지에 달하는 용매 중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직관과 반복적인 실험, 즉 ‘시행착오’에 의존해왔다. 이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MIT 화학공학과의 카르티쉬 만티람(Karthish Manthiram) 조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분자의 특성과 용매와의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계산 도구를 구축하여, 특정 공정에 가장 적합한 용매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을 사용하면, 수천 개의 잠재적 용매 조합을 단 몇 시간 만에 스크리닝하여 최적의 후보를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다.

핵심 기술: ‘용매화 자유 에너지’와 ‘밀도 범함수 이론’

이 모델의 핵심은 ‘용매화 자유 에너지(solvation free energy)’라는 물리적 매개변수를 예측하는 데 있다. 이는 분자가 기체 상태에서 용매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변화를 나타내며, 용해도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속성이다.

연구팀은 분자의 전자 구조를 모델링하는 양자역학 기반의 계산법인 ‘밀도 범함수 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 DFT)’을 활용하여 이 값을 계산했다. 이 접근법을 통해 용질(녹는 분자)과 용매 분자 간의 수소 결합, 정전기적 상호작용, 반데르발스 힘 등 모든 복잡한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고려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과거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실험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훈련시켰다. 약 1,000개의 용질-용매 조합으로 모델을 학습시킨 후, 2,000개 이상의 새로운 조합에 대한 용매화 자유 에너지를 예측한 결과, 실제 실험값과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분자 쌍 하나를 계산하는 데 1~2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실험적 방법에 비해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한다.

신약 개발부터 신소재까지, 무한한 확장 가능성

이 모델의 가장 유망한 적용 분야는 신약 개발이다. 많은 신약 후보 물질은 용해도가 매우 낮아 제조 공정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이 모델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약물 분자가 다양한 용매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여, 개발 초기 단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새로운 플라스틱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단량체(monomer)를 중합시키기 전 용매에 녹이는 공정에서 최적의 용매를 선택하면 최종 폴리머의 물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여러 용매가 섞인 ‘혼합 용매’까지 모델의 예측 범위를 확장하고, 특정 분자의 용해도를 극대화하는 용매를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만티람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서 용매를 고속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며, “이는 신소재 및 신규 공정의 발견과 개발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ou may also like